저는 지난 십수년을 은행 및 금융투자회사(舊 증권회사)에서 지점영업부터, 외환(F/X) 및 이자율(Rates) 장외파생상품(OTC derivatives)의 세일즈, 주식/채권 투자 업무, 프랍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 등 다양한 역할과 경험을 쌓아왔고, 현재는 국내 최대 자산운용회사에서 1조원이 조금 넘는 일반사모펀드 및 국내 최대 규모(작년말기준)의 전문사모펀드(헤지펀드)를 설계 및 운용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금융인, 윤해성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한가운데 있는 제가, 수년전 핀테크(FinTech: Finance + Technology)라는 표현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피부에 크게 와 닿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전통적 금융에 익숙한 저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에게 이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기의 핀테크는 송금/결제 분야에 주로 적용되었고, 한국에서는 “Toss”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바리퍼블리카”라는 걸출한 기업이 나오긴 했으나 다수의 대중들의 피부에는 크게 와닿는 서비스가 많지 않았을 것 입니다. KPMG에서 매년 발표하고 있는 전세계 핀테크 100대 기업 중에 한국 기업이 단 하나라는 점이 시사하듯, 국내 핀테크 기업 중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제한적인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반대로, 나머지 99개의 서비스를 국내에서 이용해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2016년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테크핀(TechFin) 발언 이후, 전통적인 금융인이던 저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2010년 전후로 국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소 외면받고 있던 퀀트 트레이딩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갖게 되었고, 머신러닝이나 룰베이스 투자를 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등에 대해서도 귀를 열어 두었으며, 최근에는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화두 앞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업에 기술이 더해져 단순히 보다 편리해지는 수준을 넘어서, 기술에 의해 더 나은 금융 세상이 열릴 수 있다는 생각을, 이제는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금융산업의 여러분야에서 이러한 테크핀의 시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술에 의하여 기존 금융의 패러다임이 새로운 스테이지(국면)로 이동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블록체인과 AI기술은 금융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 리더들이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를 부르짖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날로그 화폐는 사라지고, 디지털 금융의 시대로 완전히 변모할 것이라는 거죠.
디지털 금융(Digital Finance)으로의 변화는 대한민국에게는 특별한 기회입니다. 미국시장 조사 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인터넷 사용율이나, 스마트폰 보급율이 전세계 1위 국가이며, 소셜미디어 사용율 또한 최상위권인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연결된 사회입니다. 세계적인 IT 테스트베드(Test-bed)로 인식될 만큼 대한민국의 대중들은 IT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친밀합니다. 초연결 사회(heavily connected society)인만큼,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속도가 높아 피드백이 빠릅니다. 이런 대한민국의 강점을 감안할 때, 선진국 대비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대한민국 금융산업은 핀테크, 테크핀으로 대변되는 디지털금융 시대의 도래속에 세계적인 금융기업, 금융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기회의 문은 그리 오래 열려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여러 훌륭한 금융인들과 뛰어난 기술인력들의 관심과 참여속에, 디지털 금융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정부의 규제보다는 성장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질 때 기회의 문을 열고 나아갈 것 입니다. 따라하기보다는 선도해야 될 시점입니다. 먼저 무언가를 해나가는데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때 입니다.